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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자료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를 통해 본 2020년 북핵 문제 전망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소장 직무대리 작성일 2020-01-02 조회수 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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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발표
2.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보고 평가
3. 2020년 전망과 북한의 ‘새로운 길’ 가능성



1.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발표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월 1일 신년사를 직접 발표하는 관행을 깨고 대신 노동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를 발표하여, 신년사를 갈음했다. 과거 김일성 주석시절에는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3개 신문 공동사설로 대체했다. 김정은은 집권 2년 차부터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할아버지 김일성을 모방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돌연 중앙위 전원회의를 4일간 개최하고 김정은의 발언 요지를 보도문으로 내어놓았다.

신년사 방식을 바꾼 이유는 아직 알기 어렵다. 하지만 ▲중앙위 전원회의의 보고와 토론 절차를 거쳐 국정운영지침을 발표했다는 점과 ▲현 상황이 중대 결정이 필요한 비상시국이라는 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김정은은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2018년 4월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병진노선을 경제발전 집중 노선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 결정을 다시 수정해야 하는 대외 정세를 맞아 ‘당의 영도’를 중시하는 김정은이 전원회의를 소집해 신년 정책 방향을 보고하고 결정한 것은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

이번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 대해 대부분의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의 강도 높은 핵·미사일 도발이 재개되고, 북핵 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논평을 내놓았다. 특히 북한의 핵무장 강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ICBM 시험발사, 북·미 대화 거부 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1월 1일 자 통일부 대변인 논평에서 “미국과 대화 중단을 선언하지 않은 것을 의미있게 평가하고, 북·미 대화가 조기에 개최되어 북·미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동시적, 병행적 이행 원칙에 따라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북한이 “곧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북핵 협상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한국은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합의사항을 철저히 이행”하고, 한·미 양국은 “대화가 진행되는동안 사실상 대규모 연합훈련의 실시를 자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보고 평가

이번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의 발언을 통해서 본 북한 정세와 북·미 관계 및 북핵 문제 전망은 아래와 같다.

첫째, 김정은은 북한 경제와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반복적으로 지적했다. 과거 북한은 여간해서 내부의 어려움을 밝히지 않았으나, 김정은은 종종 경제발전 부진에 대해 내각과 관료를 비판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자책한 적도 있다. 이번 전원회의 보고문에는 미국의 제재 압박 탓이라는 명분이 있었고, 그리고 내각의 무능을 질타하는 차원에서 경제의 어려움을 강하게 토로했다. 특히 미국의 제재 압박과 합의 위반을 비난하면서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 앞에 봉착한 도전은 남들 같으면 하루도 지탱하지 못하고 물러앉을 혹독하고 위험천만한 격난”이었다고 발언함으로써 경제적 고통을 호소했다. 또한 현 상황을 “전대미문의 혹독한 도전과 난관”이라고 규정하고, 국가경영과 경제정책에 대해 내각을 비판하면서 “국가 경제의 발전 동력이 회복되지 못하여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경제에 대한 김정은의 이런 평가는 최근 국내에서 통용되는 북한 경제 평가와 차이가 있다. 북한에서 물가와 외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평양이 계속 번창하며, 대규모 건설 사업도 별 차질 없이 진전되고 있고, 아사자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재 압박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렇게 김정은이 경제난을 적시한 배경에 대해 미국에 경제제재 해제를 압박하거나 또는 경제난에 대해 내각을 비판함으로써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둘째, 김정은은 미국의 대북 정책 의도와 북·미 합의 위반을 강하게 비판하고, 특히 제재 유지를 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더 이상 미국과 합의를 준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지목하거나 북·미 대화의 전면 중단을 선언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정책 의도에 대해,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이러쿵저러쿵 이야기만)하면서 … 제재를 계속 유지하여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 약화시키자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의 대응으로 향후 미국의 대북 협상을 가장한 ‘시간 벌이’에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때마다, “김정은과 사이가 좋다”, “북·미 대화를 서두르지 않는다”,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를 중단했지만 아무런 제재 해제의 보상도 주지 않았다”는 세 가지 입장을 반복했었다. 그런데 뒤의 두 발언은 북한에게 매우 불만스러운 발언이었다. 김정은은 외화 감소와 경제 악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을 우려하여 선제적으로 ‘주동적 비핵화’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이 아무런 보상도 내어놓지 않자 크게 좌절하고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이 “신뢰구축을 위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선제적인 중대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크고 작은 합동군사연습들을 수십 차례나 벌려놓고 첨단 전쟁장비들을 남조선에 반입하여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였으며 십여 차례의 단독제재조치”를 취하여 자신들을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 발언으로는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폐기와 북·미 대화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보기가 어렵다. 다만 이번 전원회의 결정은 폐기와 중단 가능성을 위협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있다.

셋째, 김정은은 각종 공세적인 조치를 공언했다. 우선 “전략무기개발을 더 활기차게 밀고 나갈 것”과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여, 수소폭탄 및 다탄두 미사일의 개발과 시위, 중장거리 미사일 또는 잠수함발사미사일의 개발 가속화와 시험발사 등을 시사했다. 북한은 더 이상 미국과의 약속에 매일 근거가 없다고 발언함으로써,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강력한 핵억제력의 경상적 동원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 할 것이라고 발언하여, 핵무기의 전력화와 실전 배치를 선언했다.

이로써 북한이 사실상 2018년 4월 발표한 ‘경제발전 집중 노선’에서 다시 그 이전의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복귀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거에 2017년과 같이 연일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요란한’ 병진노선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며 ‘조용한 병진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과연 북한이 공세적인 전략적 도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는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 결의를 초래하고, 중국도 반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위성 탑재 로켓 발사, 단·중거리미사일의 한·일 상공 통과 발사 등을 시도할 경우, 이에 대한 추가 제재 압박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북한은 강경책으로 위협하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전략무기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임을 단호히 선언”했다. 여기서 조건을 뒤집어 보면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경우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3. 2020년 전망과 북한의 ‘새로운 길’ 가능성

북한이 2019년 연말까지 미국의 계산법 변화가 없을 경우 ‘크리스마스 선물’과 ‘새로운 길’이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2019년 연말 시한은 조용히 지나갔다.

그렇다고 북한의 위협이 공갈로 끝났다고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오히려 지금의 고요함은 새로운 북핵 위기와 전쟁 위기를 앞둔 폭풍전야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 경제 지원, 체제 안전, 군사훈련 중단 등의 양보를 얻기 위해 또다시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벼랑 끝 전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서 사실상 ‘병진노선’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과거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와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의 전례를 본다면, 이런 정치적 포괄합의는 곧바로 실행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북핵 위기가 수차례 반복되면서, 비로소 추가 핵 합의를 통해 실행조치가 합의되고 이행되었다. 안타깝게도 싱가포르 북·미 정상선언도 이런 북·미 협상 패턴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이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서 강한 전략적 도발을 선언했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실행함에 있어 제약요인도 있다. 첫째, 북한은 가까스로 성공했던 북·미간 정상 대화 채널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시도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관심을 포기하고 강경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째, 김정은은 경제발전을 자신의 중대한 업적으로 삼길 희망하는데, 새로운 핵 도발은 북한 경제를 파멸로 몰아넣을 것이다. 북한이 핵 도발을 재개하면, 미국은 유엔 안보리를 동원하고, 중국을 압박하여 북한 경제를 사실상 봉쇄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 2020년 5월경 핵확산금지조약(NPT) 50주년 기념회의 겸 평가회의가 열린다. 차후의 북한의 추가 핵 도발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는 데는 성공하겠지만, 오히려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따돌림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2020년 상반기에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의 동결, 그리고 김정은은 북·미 정상 대화 채널 유지와 경제제재 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일본의 아베 총리는 2020년 7월 도쿄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평화’가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경협이 필요하다.

현재 한반도와 북·미 관계는 위기 국면에 더욱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2020년 상반기에 한반도가 다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위기 국면으로 인해 역설적이지만 새로운 대화의 기회가 열릴 가능성도 크다. 이때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더해, 도쿄 올림픽을 위한 북·일 정상회담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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