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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NS FOCUS 코로나19, 글로벌 리더십, 그리고 미·중 관계 민정훈 미주연구부 부교수 발행일 2020-05-07 조회수 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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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리더십의 변화 가능성
2.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관계 전망
3. 한국 외교에의 함의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2019년 12월 처음 보고된 후 현재까지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과연 건재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병) 상황에서 미국은 글로벌 리더로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코로나19 사태의 진정 국면에 들어선 중국은 ‘의료 실크로드’를 내세워 미국 리더십의 부재를 파고들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외교·안보적 이익을 확대해 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19의 팬데믹 국면에서 미국이 휘청거리고 있는 사이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여줌에 따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리더십 변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리더십 판도에 미친 영향 및 미·중 관계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리더십의 변화 가능성

향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쇠퇴하고 중국이 그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국가로 부상할 것인가? 코로나19사태는 글로벌 리더십 변화의 단초를 제공하였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함에 있어, 미국이 글로벌 리더의 지위를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뿐 아니라 미국의 국내 거버넌스 우위, 글로벌 공공재의 공급, 위기 상황에서 국제사회 대응을 결집·조율할 수 있는 역량 및 의지에서 나오는 정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은 유용한 기준을 제공해 준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 지위는 하드파워(Hard Power)뿐 아니라 소프트파워(Soft Power)의 우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은 중국의 글로벌 리더 부상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는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정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료 실크로드’가 향후 글로벌 리더십의 변화를 위한 단초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리더십이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결론을 제시해 준다.


⑴ 하드파워 측면에서의 글로벌 리더십

하드파워를 구성하는 군사력과 경제력 측면에서 미국은 대중국 우위를 유지해 오고 있으나 양국 간 격차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군사력 측면에서,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의 국방예산(7,160억 달러)이 중국의 국방예산(2,076억 달러)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막대한 투자를 통한 군사력의 급속한 현대화를 추진함에 따라 미군이 보유했던 비대칭적 군사력 우위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군력 측면에서 그동안 중국이 양적 우위를, 미국은 질적 우위를 지니며 세력균형을 유지해 왔지만, 이제 중국이 항공모함을 비롯한 첨단 전투함을 대량으로 신속하게 건조함에 따라 미국이 가진 상대적 이점이 상실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미 국방부는 제반 전장 영역에서 미군의 비대칭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국 간 군사력 격차 감소를 바탕으로 남중국해 등 양국의 핵심 이익이 공존하는 지역에서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측면도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은 20조 4,940억 달러로 중국의 13조 6,081억 달러에 앞서 있으며, 1인당 GDP 측면에서는 미국(6만 2,641 달러)과 중국(9,770 달러)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 간 ‘경제력 규모’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미·중의 하드파워 역량과 관련하여, 특히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 역량 측면에서 코로나19사태 이후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서 보유하고 있던 위상이 무너질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는 향후 중국이 글로벌 경제 리더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인가?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에 야기한 경제적 충격은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화의 위상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즉 코로나19 사태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미국 달러화가 안전 자산으로서, 그리고 교역을 위한 중심 화폐로서 지니는 중요성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2) 이는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상황 인식에 기인한다. 코로나19사태는 유럽연합(EU)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 위기 상황 시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해외유출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 금이나 비트코인 등 대체 화폐들이 지니고 있는 한계 등을 부각시켜 주었다. 이와 더불어 중국 경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고, 또한 중국 경제가 미국과 유럽 등 코로나19 사태로 심한 타격을 받은 국가들과의 교역에 상호 의존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 안정화에 힘입어 중국의 경제 활동이 먼저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의 경제 재개 및 정상화 이전에 나 홀로 경제 회복 및 성장을 통한 경제적 역량 축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미국 달러화가 기축 통화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한 그리고 중국 경제의 미래도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경제 상황에 상당 부분 연동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경제 도약의 계기로 작동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⑵ 소프트파워 측면에서의 글로벌 리더십

글로벌 리더십과 관련된 소프트파워 역량은 ‘국내 거버넌스 우위, 글로벌 공공재의 공급, 위기 상황에서 국제 사회 대응을 결집·조율할 수 있는 역량 및 의지’를 포함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향후 글로벌 리더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정도의 소프트파워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가?

중국은 자국 내 코로나19 사태의 안정세에 힘입어 ‘의료 실크로드’를 통해 자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국내 거버넌스 시스템을 둘러싼 투명성 및 신뢰성 논란, 중국산 의료물자 품질에 대한 신뢰도 문제, 보건외교를 자국 정치 시스템의 우월성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 등이 불거지며 오히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서 소프트파워 역량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거버넌스 우위와 관련하여, 중국은 코로나19사태를 가장 먼저 종식시킨 나라임을 내세우며 그 배경에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국내 거버넌스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주장은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불거진 투명성 및 신뢰성 논란에 의해 퇴색되었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 호주 등 많은 국가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처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라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자국의 권위주의 모델이 다른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 모델과 어떠한 가치와 원칙 등을 공유하며 상호 호환될 수 있는가 등에 대해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중국의 국내 거버넌스 모델이 세계적인 호응을 얻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글로벌 공공재의 공급 측면을 살펴보면, 중국은 자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지난 3월부터 ‘의료 실크로드’를 앞세워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많은 국가에 인공호흡기, 마스크,방호복 등 의료물자를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 의료진을 파견함으로써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국제적 협력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 관세청은 최근 한 달간 중국의 의료물자 수출액이 102억 위안(약 1조 7,7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제공받은 의료물자에서 품질 불량 문제가 발생하면서 많은 국가들로부터 불신과 비판을 받았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지난 3월에 중국에서 수입한 마스크 130만 장을 품질 미달을 이유로 리콜 조치를 단행했다. 이외에도 스페인, 체코, 터키, 필리핀 등도 중국에서 제공받은 방역물자에 불량품이 많다는 불만을 표시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중국을 글로벌 공공재의 주요 공급원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 상황 시 국제 사회의 대응을 결집·조율할 수 있는 역량 및 의지와 관련하여, 중국의 ‘의료 실크로드’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적 논란 및 중국 내 인종차별 논란은 중국에 대한 서구 및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서방 국가들의 지원에 나서며, 코로나19 사태 정국에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미국을 대신하여, 중국의 리더십을 전 세계에 보여줄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서구 국가들에게 의료물자를 제공함에 있어 중국에 대한 감사의 말을 어떤 식으로든 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함으로써 수혜국들의 자존심을 손상시켰다. 또한 최근 중국 내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 사례들이 전해지면서 아프리카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와 더불어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아프리카 경제가 어려워졌으니 중국이 부채를 탕감해 줘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요컨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리더십 변화 가능성에 대하여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살펴본 결과, 중국은 양 측면 모두에서 글로벌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코로나19 사태 정국에서 중국이 보여주는 외교적 행보는 중국의 소프트파워 역량이 글로벌 리더십 차원에서 미흡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 이후글로벌 리더십이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작금의 상황은 미·중 양국이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하여 좌충우돌하며 자국이 직면한 어려움과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하겠다. 이 과정에서 양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이러한 설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관계 전망

상기한 바와 같이, 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리더십은 변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하였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는 국제 정치판도 및 미·중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로 대변되는 자국중심주의가 전 세계에 보다 확실하게 뿌리내리도록 가속화(accelerate)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향후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 들어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각된 국력 내실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미국 내에 형성되었고, 이러한 공감대를 반영하여 미국에서는 국내 문제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국력 낭비 최소화와 국력 내실화에 기반한 외교·안보정책과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는 통상 정책 기조가 힘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기조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역외 균형전략(Offshore Balancing Strategy)’이라는 명칭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미국우선 대외정책(American First Foreign Policy)'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부각된 자국중심주의 성향은 미국 이익 우선,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에 대한 회의적 입장, 양자주의 선호, 국제적 협력 후퇴, 강대국 간 불협화음 등의 특징을 보이며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에 이미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자국중심주의에 기반한 국제정치 환경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국가가 취했던 입국제한 조치, 국내 봉쇄 조치와 더불어 인공호흡기, 마스크 등 핵심 물품들의 국내 생산 필요성 부각으로 인한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축소 가능성, 국제정치 단위로서의 민족국가의 중요성 상승, 공공의료 등 공공 영역의 중요성 부각에 따른 큰 정부 선호 등의 요인들에 의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정치적·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상당 기간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은 자국중심주의 가속화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던 국제 정치 환경의 특징들이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충격에 의해 더욱 예리해졌으며, 이에 따라 한동안 세력을 확장해 갈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조는 2020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뒤바뀌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의회나 유권자들은 세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국력을 투사하는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으로 회귀하기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자국중심주의로 인해 형성된 힘의 공백 상태를 채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국가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향후 미국 행정부가 자국중심주의 기조에서 선회할 이유가 없음을 뒷받침해 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 대외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추진했던 대외정책의 흐름을 돌이켜볼 때 예외적인 것이며,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당분간 미국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의 맹주로 회귀(resilience)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wishful thinking)은 더 이상 설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해 볼 때 향후 미·중 관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미국 워싱턴에는 경제·통상 등 제반 분야에서 대중국 우위를 지켜야 한다는 것에 초당적인(bipartisan)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2020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미국우선 통상정책의 핵심인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강조할 것이며, 이는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중국 측에 전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 맞물려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 3월 3일~29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6%의 미국인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응답자의 91%가 중국의 힘과 영향력을 위협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미국 내에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중국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대선 국면에서 ‘중국 적대감’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 준다.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경우에도 2016년 클린턴 후보의 뼈아픈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중서부 지역 백인 노동자 계층의 표심을 되돌리기 위해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통상정책을 내세울 것으로 보이며, 그 정점에는 중국 견제가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미국의 공세적인 태도에 중국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에 관한 미·중 간 책임 공방에서 밀릴 경우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권위 손상과 중국 지도부 내부 비판 및 국내 여론 악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쇄도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20 미국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무역 2단계 합의’를 위해 중국 압박을 본격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1월 15일에 체결된 ‘미·중 무역 1단계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대선 국면에서 중국 관련 통상정책 성과로 홍보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 국면에서 ‘미·중 무역 2단계 합의’에 대한 언급은 할 수 있으나, 올 11월 이전에 성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2단계 합의 협상을 대선 국면에서 실제로 진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미·중 무역 2단계 합의’를 위한 중국 압박은 차기 행정부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미·중 통상 갈등은 남중국해 등 미·중의 핵심 안보 이익이 충돌하는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더불어 미·중 경쟁을 심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3. 한국 외교에의 함의

상기한 바와 같이, 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국중심주의 기조의 확산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며, 향후 미·중 경쟁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 공방, 남중국해 등 양국의 핵심 안보 이익이 충돌하는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 통상 전쟁 2라운드 돌입 등을 통해 구체화되며 점차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자국중심주의가 심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표출되는 미·중 경쟁은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한국 외교에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도전에 직면하여 한국 외교는 어떻게 돌파구를 모색해 나갈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국중심주의가 전 세계에 확산되는 상황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더하여 한국 외교에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겨 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코로나19 사태의 대응 과정에서 증명된 한국 방역 모델의 우수성은 한국 외교에 ‘개방성·투명성·포용성’이라는 보편적 원칙에 기반하여 국익을 추구하는 한국형 중견국 외교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동력(momentum)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외교는 ‘개방성·투명성·포용성’의 역내 협력원칙을 바탕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등 역내 핵심 국가들의 지역구상에 대해 개방적 관점에서 환영하며, 이들 구상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의 접점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증명된 한국의 ‘투명성·개방성·민주적 절차’ 원칙의 신뢰성과 우수성은 한국 외교가 추진하는 ‘개방성·투명성·포용성’의 역내 협력 원칙에 힘을 실어줄 뿐 아니라 향후 미·중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미국과 중국의 요구에 대해 보편적 원칙에 기반하여 국익을 추구하는 한국형 중견국 외교가 명분적 우월성뿐 아니라 실리 확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이웃 국가인 한국에 전파되었고, 예기치 못했던 ‘슈퍼 전파자’의 등장으로 한국 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상황이 악화되어 갔다.이러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한국 방역 당국은 ‘개방성·투명성·민주적 절차’에 기초한 한국 방역 모델을 통해 코로나19 진단, 감염 경로 추적, 확진자 격리 및 치료 등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실시하였고, 한국 방역당국과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한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어우러져 한국 내 코로나19 사태 상황은 안정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사태 대응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한 한국 방역 모델에 대해 세계 많은 국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으며, 신뢰할 수 있는 한국산 의료 물품에 대하여 세계 각국으로부터 제공 요청이 쇄도하게 되었다.

한국 외교와 관련해서, 한국은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나라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전 세계에 확산되었고, 한국이 추구하는 ‘개방성·투명성·민주적 절차’의 원칙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책으로 구현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우수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해 전 세계에 증명하고 홍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인식은, 공공외교 측면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도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방역 모델의 성공적인 시행 및 평가는 한국 외교에 보편적 원칙에 기반하여 국익을 추구하는 중견국 외교 추진에 속도를 낼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대처 과정에서 미·중 양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제공한 한국에 고마움을 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팀이 합의한 최종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중국의 경우도 올해 초 코로나19의 중국 내 확산이 심각해짐에 따라 세계 각국은 중국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였고, 이러한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중국 전역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확대하지 않은 한국에 감사의 표시를 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내 코로나19 사태 상황이 심각해지자 ‘외교보다는 방역(quarantine over diplomacy)’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를 서슴없이 취하는 중국 외교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렇듯 미·중 양국이 자국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우선시하며 한국 외교를 압박하는 상황은 향후 미·중 사이에서 ‘개방성·투명성·포용성’이라는 세계적으로 신뢰성과 우수성이 입증된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여 국익을 추구하는 한국의 전략적 행보에 힘을 실어 줄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미국과 중국의 요구에 대해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원칙에 기반하여 국익을 추구하는 한국 외교의 주장은 한국에 우월한 명분을 확보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우리 입장 설파에 강력한 논리를 제공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코로나19 사태의 대응 과정에서 증명된 한국 방역 모델의 우수성은 한국 외교가 추진하는 역내 협력 원칙에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향후 미·중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미국과 중국의 요구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국익을 추구해 나가는 한국의 외교적 행보에 힘을 실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외교정책 기조를 일관성 있게 추구해 나갈 때 한국 외교의 전략적 행보는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코로나19 #미국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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