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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NS FOCUS 북미 핵협상의 시급성과 재개 방안 전봉근 안보통일연구부 교수 발행일 2021-07-19 조회수 2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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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의 병진노선 복귀
2. 북미 핵협상 환경과 가능성
3. 북미 핵협상 재개를 위한 사전준비



1. 북한의 병진노선 복귀

2019년 2월 말 북미 정상 간 핵협상이 소위 ‘하노이 노딜’ 로 끝난 이후 북미대화는 단절되고 북미관계는 악화일로에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친서 교환이 지속되면서 2017년과 같은 북한의 핵실험·미사일시험발사 도발과 이로 인한 북핵위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북한이 내부적으로 핵활동을 중단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고 북핵위기가 수면 밑에서 들끓고 있다는 것이 보다 올바른 정세 판단일 것이다.   

마침내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보고에서 공개리에 핵개발과 경제발전을 병행하는 ‘병진노선’을 재확인하고, 핵역량을 더욱 증강하여 ‘핵보유국 옵션’을 추진할 것을 천명했다. 당대회 보고에서 나왔던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 “국가 핵무력 건설은 사회주의국가 건설 행정에서 반드시 선차적 점령해야 할 전략적이며 지배적 고지”, “핵 선제 및 보복타격 능력 고도화” 등 주장은  북한이 지난 수년 간 대외적으로 천명한 입장과 확연히 다르다. 2018년 이후 북한이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에 참가하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한 이후 ‘병진노선’ ‘핵보유국’ 등 도발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기념일의 연설에서도 김정은이 핵무기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다만 ‘전쟁억제력’이란 표현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동당 대회에서의 발언은 중대한 입장 변화가 아닐 수 없다. 8차 노동당 대회 보고의 결과,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선언했던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던 소위 ‘핵무기 4불 원칙’도 사실상 폐기했다. 

북한은 말뿐인 핵위협에 그치지 않고 실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2021년 1월 14일 8차 당대회 기념 야간 열병식에서 온갖 신형 전략 및 전술 핵무기를 전시했었다. 당시 전시되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두미사일(SLBM), 소형 전술핵무기 등은 머지않아 연구개발을 완성하고 실전배치 될 것이다. 또한 핵탄두의 다탄두화와 미사일 액체연료의 고체연료 대체도 계속 추진 중이다.  

북한의 무기용 핵물질 생산도 지속되고 있다. 북한 핵활동을 관찰하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최대로 핵무기 약 50개에 해당되는 핵분열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약 핵무기 5개에 해당되는 핵분열물질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는 영변핵단지에서 5MW 흑연감속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위한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번 재처리는 2018년으로 추정되는데, 이번에 다시 재처리를 하게 되면 핵무기 약 2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하게 된다. 

요약하면, 현재 북한은 ‘역량껏’ 핵무장력을 증강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핵개발 때문에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 활동을 제어하는데 별 효과가 없다. 사실 외부의 누구도 북한이 이렇게 빨리 핵물질 생산, 핵폭발, 중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습득하고 고도화할지 몰랐다. 

이대로 몇 년 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북한의 핵무장력이 더욱 증강되고 고도화될 것이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더욱 군비를 증강시키고 미국의 각종 전략무기를 도입해야할 필요성이 커진다. 북한의 핵무장 증강은 수시로 북핵위기와 전쟁위기를 재발시키고,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다. 북한 핵물질과 핵무기 재고가 증가하면서, 핵무기 운영 상 위험성, 핵물질과 핵무기의 유출과 도난 위험성도 증가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장기화되면 북한이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과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묵인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우리는 결단코 저지해야 한다. 그 첫 번째 조치는 무엇보다 조속히 북미 핵협상을 재개하여, 북핵합의를 통해 북한의 고삐 풀린 핵활동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2. 북미 핵협상 환경과 가능성

북한은 내부적으로 병진노선을 다시 부각하고 온갖 신형 핵무기를 전시했지만,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가장 주목하는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있다. 사실 올 초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즈음하여 적지 않은 북한 관찰자들이 북한이 단기간 내 핵실험·미사일시험발사 도발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런 북한의 도발 자제는 다소 의외다. 필자는 작년 말에 2021년 북한정세를 전망하면서 북한이 북미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대미 도발을 자제하는 ‘전략적 인내’를 예상했었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 당분간 이런 전망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북한은 2017년에 수소폭탄·중장거리미사일 실험 성공으로 이미 대미 보복억제력을 충분히 과시했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매번 미국 신 행정부를 상대로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적 도발의 필요성이 크게 감소했다. 또한 혹시 미국이 자신을 기습공격하거나, 핵시설 제거를 위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보복억제력을 더 이상 과시할 필요도 크게 감소했다. 

둘째, 2020년 10월, 2021년 1월 진행된 군사 퍼레이드에서 온갖 신형 전략무기를 전시하고 추가 개발계획을 선언했었는데, 이런 행위가 대미 도발에 해당된다. 다만 북한이 실제 핵·미사일을 실험하는 ‘경성 도발’이 아닌 강경 발언과 신형 전략무기를 과시하는 ‘연성 도발’을 선택했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셋째,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극악한 제재봉쇄와 혹심한 재난”을 인정했듯이 경제·식량·보건위기를 겪고 있다. 2017년부터 북한은 전략물자뿐만 아니라 민수 교역마저 급감할 정도의 강도 높은 유엔안보리 제재를 이미 받고 있다. 따라서 과거처럼 ‘벼랑끝 외교’ 전술에 따른 관행적인 ‘경성 도발’을 할 여유가 별로 없다. 

넷째, 북한이 중국에게 외교적·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견제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중 경쟁 상황에서 북핵문제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추가 비난을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또한 중국은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핵위기와 전쟁위기의 재연을 원치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북미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에게 과거와 같이 미국의 관심을 끌고 북미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대미 도발은 현재로서 불필요하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북미대화를 촉진하고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려면 내부의 경제·식량·보건위기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거나, 또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것이다. 

북한이 공공연한 핵미사일 도발을 자제하고 ‘전략적 인내’를 하는 것은 북미대화의 재개 가능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실험의 경성 도발을 재개하면, 상당기간 북미대화가 불가능하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미는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추가적인 안보리 제재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북핵위기와 전쟁위기를 촉발할 것이다. 언제가 북미대화가 재개되겠지만, 그동안 한반도는 다시 전쟁위기에 휩싸이고 북한은 핵위협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현재 북한의 ‘전략적 인내’ 국면을 최대한 활용하여, 북미대화를 재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5월 21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은 북미대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발신했다. 올 초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북핵문제를 무시하고 방치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이 부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던 미 민주당의 전통을 이어받아 대북 ‘전략적 관여’ 정책을 선택했다. 특히 문재인-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는 한국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첫째, 한미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대북정책 목표로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추구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서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갖는 ‘북한 비핵화’ 또는 ‘CVID’ 표현을 배제한 것이 눈에 띤다. 둘째, 한미 정상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 실용적·단계적 접근, 대화와 외교 중시,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촉진,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병행 추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계승, 한미공조와 한·미·일 3자협력 등에 합의했다. 여기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 인도적 지원, 싱가포르 공동성명 계승은 북한도 환영할 것이므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이다. 셋째, 미국은 한국정부의 남북대화, 대북 관여와 협력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북 관여정책을 더욱 적극적,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2018년과 같이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역할도 기대하게 되었다.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으로 북핵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북미대화가 곧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하고 북한에게 이를 설명하기 위한 북미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북한은 미국이 아직 자신의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풍계리 핵실험장 폭발 폐쇄, 미사일엔진실험장 폐쇄,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 중지 등)에 대해 보상하지 않았다고 본다. 또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체면을 크게 손상당했다고 본다. 따라서 북미대화의 성과물을 자신하기 전까지 미국의 대화 요청에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 


3. 북미 핵협상 재개를 위한 사전준비

미 정부는 북한에게 대화를 제안했으니, 북한이 대답할 차례라고 한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부터 줄곧 미국의 적대시정책 포기, 북핵 셈법 변경, 선제적인 양보조치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미국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서로 공이 상대방 코트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댄스플로어 밖에서 북미가 각각 상대에게 먼저 댄스플로어로 나오라고 버티는 형국이다. 결국 북미가 같이 댄스플로어에 나오지 않는다면 탱고를 출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선 북한을 어떻게 댄스플로어로 불러낼까? 아래에서는 북미 핵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3개 조치를 제안한다.   

첫째, 바이든 대통령이 ‘프레지던트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낼 것을 제안한다. 동 서한은 싱가포르 공동선언 계승 및 4개 목표 추진 확인, 북미대화 기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실험 모라토리엄 및 일체 군사적 도발 행위 중단,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항을 실현하기 위한 고위실무협상 조기 개최,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등을 포함하도록 한다. 2021월 2월 김정은의 대외적 직책명이 ‘체어맨’에서 ‘프레지던트’로 변경되었다. 따라서 바이든의 친서에서 변경된 직책 명을 사용한다면, 김정은의 새로운 ‘지위’를 인정하는 효과가 있어 북한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한편, 현재 미국 내 분위기를 볼 때,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낼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필자는 친서 한 통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예방하고, 실무 핵협상이 개최된다면 충분히 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직접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북한의 일인지배체제를 감안할 때 중대한 합의를 만들기 위해서 양 정상 간 소통이 필수적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자랑하는 이란핵합의 사례를 보더라도 핵협상의 진전을 위해 정상 간 소통이 필수적이었다. 이란핵협상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의 강한 정치적 반대와 적대국 지도자와 직접 대화하지 않는 외교적 금기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지도자들을 직접 소통했었다. 만약 이란 대통령과 직접 전화통화, 최고 종교지도자와 서신 교류가 없었다면, 이란핵합의도 타결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둘째,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동북아 보건방역 협의체’에 북한을 참여시켜 북한 보건방역문제의 지역적 해결방안을 추진한다. 북한은 경제제재·자연재해·코로나19의 복합적인 ‘3중고’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도 90년대의 ‘고난의 행군’이 재현되고 있는 데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할 정도이다. 국제사회도 ‘인도주의적 인간안보’ 차원에서 대북 영양·보건·방역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때 대북 영양·보건·방역 지원은 북핵협상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이 엄격한 유엔안보리 제재 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미국 및 안보리와 협의하여 이에 대한 포괄적 허가를 획득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양자적 대북 지원이 곤란한 상황에서 당분간 인도적 지원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국제기구와 NGO를 통해 대북 지원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하려면 그 전에 북한의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와 내부통제가 완화되어야 한다.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기를 바란다면, 북한의 보건방역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도 각각 국내의 백신접종과 방역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북한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보건방역문제의 지역적 해결방안도 적극 추진한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가동 중인 ‘동북아 보건방역 협의체’에 북한의 참여를 추진한다. 북한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한중협력과 남북대화가 필요하다.

셋째, 북미 핵협상을 재개하려면, 미국은 북한과 교환할 초기 비핵화조치와 초기 상응조치의 일괄타결 패키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에 요구할 초기 비핵화 수준을 정하고, 제공할 상응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한미 간 협의가 긴요하다.  

한미 정부는 북핵협상의 당면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며,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향후 북핵협상이 열린다면, 한미 정부는 어떤 수준의 북핵합의를 추구할 것인가. 여기서 필자는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2개 칼럼(“To Win a Nobel, Trump Should Look to the Iran Deal”, 2018.5.2; “The Best Model for a Nuclear Deal With North Korea? Iran”, 2018.6.11)에서 주장한 ‘잠정합의(interim agreement)’ 아이디어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이란핵합의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여, 우선 북한과 ‘잠정합의’를 타결하여, 핵활동을 동결시키고, 점진적인 경제제재 완화를 제공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시간을 갖고 보다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교환하는 ‘본합의’를 협상하는 2단계 접근법을 제안했다.  

사실 오늘 한반도 현실을 볼 때, 우리가 바라는 전체적인 비핵화 로드맵 합의, 북한의 완전한 핵신고와 핵사찰 수용, 일괄 핵폐기의 진전 등과 같은 ‘꿈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만약 잠정합의가 채택된다면, 그나마 북핵활동의 전면적 동결과 제한적인 핵검증 수용이 합의 가능한 내용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미만 남은 점도 포괄적인 북핵합의 보다는 상황관리를 위한 잠정합의를 추진하는 명분이 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핵협상과 북핵합의 가능성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다. 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선 합의 가능한 수준 내에서 이미 협상테이블에 올라온 상호 조치를 교환하는 ‘잠정합의’를 추구한다면 의외로 단기간 내 북핵합의 타결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미국은 북한이 이미 실행중이거나, 공언하고 제안했던 비핵화 조치를 잠정합의에 확보토록 한다. 핵실험·중장거리미사일시험발사 모라토리엄, 미사일엔진실험장 폐쇄, 핵실험장 폐쇄, 핵무기 생산·이전·사용·실험 중단, 영변핵시설 폐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핵분열물질 생산시설 폐쇄와 확인, 중장거리미사일 시설 폐쇄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행과 대북 적대시정책 불추구 약속, 북미 정상회담 개최, 대규모 한미연합기동연습 중단, 북미관계 정상화 절차 개시, 대북제재 일부 완화(석유 도입 상한선 조정, 민수통상 일부 허용), 합의 위반 시 제재 자동복귀(스냅백), 인도적 식량·보건방역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은 핵비확산 국제레짐을 지키고 동북아의 핵도미노를 방지하기 위해 북한이 핵역량을 증강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필히 저지해야 한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를 지키기 위해 경제·식량·보건방역위기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북미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이때 북미 간 낮은 수준의 비핵화와 낮은 수준의 상응조치에서 ‘합의가능영역’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북미 핵합의 성사의 최대 수혜자이자, 핵합의 불발의 최대 피해자이다. 북미대화와 북핵합의를 촉진하기 위한 한국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 붙임 참조
#바이든 #한반도 #북한 #북미관계 #북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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