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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NS FOCUS 미국-탈레반 평화 합의의 의미 인남식 미주연구부 교수 발행일 2020-03-03 조회수 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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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배경
2. 합의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3. 미국이 탈레반과 협상한 이유
4. 도전 요인들
5. 무엇을 할 것인가?



미국과 탈레반이 평화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2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난 양자 대표는 2001년 10월 7일부터 시작된 21세기 최장의 전쟁을 끝내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역사적인 사건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회의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정부 간 합의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반정부 세력과 미국 정부와의 합의라고 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했다. “아프가니스탄 평화 도출을 위한 (미국에 의해 승인되지 않고 탈레반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이슬람에미레이트와 미국 간의 합의(Agreement for Bringing Peace to Afghanistan between the 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 which is not recognized by the United States as a state and is known as the Taliban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합의문 제목은 다소 길고 생소하다. 사안의 복잡성을 함축하고 있다. 금번 합의의 배경과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논쟁점이 있는지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1.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배경

“제국의 무덤”이라는 별칭을 가진 아프가니스탄은 지정학적 관심 지역이었다. 19세기 영국과 러시아의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 그리고 냉전기 소련군의 진주와 이를 막기 위한 미국과 무자히딘(이슬람 전사) 연대 운동을 통해서 보듯 열강들의 유라시아 쟁패의 요충지였다. 소위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충돌의 접점이었다. 냉전 해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프가니스탄은 무자히딘의 후예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장악했다. 알카에다가 이곳에 거점을 두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9.11 테러가 벌어졌다.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의 신병 인도를 거부하던 당시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에 대한 공격으로 2001년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되었다. 만 18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이 전쟁으로 미군 사망자만 2440명에 달하고, 전비는 2조 달러 이상 소요되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모든 회원국이 참전했고, 다국적군까지 총 136개국이 동참 또는 지원한 전쟁이다. 전쟁의 초기 목적은 알카에다 거점 궤멸 및 오사마 빈라덴 등 핵심 인사 검속이었다. 2011년 빈라덴 사살 이후에는 아프가니스탄 안정화로 전쟁의 목표가 바뀌었다. 안정화를 위한 실질적인 목표는 탈레반 세력 궤멸이었다.

그러나 과거 역사에서 보듯 부족주의와 종교 세력이 결합한 아프가니스탄을 외부 세력이 완전히 평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막대한 전비와 사상자를 감수하고 세계 136개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20년 가까이 지속한 전쟁인데 반정부 단체인 탈레반을 격퇴하지 못했다. 전쟁이 계속된다고 해도 더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미국은 협상을 택했다.


2. 합의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아프가니스탄 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일체의 위협 행위 금지, 둘째 미군과 나토 및 다국적 군의 전면 철수, 셋째 외국군 철수 일정 조율 이후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 간 정치 협상 시작, 넷째 아프가니스탄 내부의 항구적이고 포괄적인 정전 협상 추진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135일 내에 미군 병력을 12000명에서 8600명으로 감축하고, 나토 및 다국적 군은 5개 기지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후 연말까지 (9개월 반 이내에) 완전한 철수를 추진할 계획이며, 일련의 신뢰 구축 조치로 3월 10일까지 5천 명의 탈레반 포로와 1천 명의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및 동맹군 포로를 교환할 것임을 천명했다.

합의문은 또한 모든 외국군의 전면 철군으로 인한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내부의 정치 협상(intra-Afghan negotiation)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탈레반은 여하한 형태의 테러 행위와 단절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과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 내역을 적시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한 경제협력을 검토하고 탈레반과의 관계도 우호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더불어 유엔 안보리에서 이 합의를 추인 받음으로써 국제적 약속이 이행되도록 할 것임을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이 이란 또는 북한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상대의 선이행, 후조치와는 다른 패턴이다. 미국과 동맹국의 철군을 먼저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탈레반의 우호적 태세를 확인하는 유형이다. 탈레반이 약속대로 적대행위를 계속 중단하면 합의가 유지되고, 합의를 위반하면 다시 미군이 개입한다는 구조다. 트럼프 정부의 미군 철군 의지가 그만큼 강력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3. 미국이 탈레반과 협상한 이유

미국 내 전쟁 피로감이 첫 번째 이유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막대한 전비와 희생을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라크에서는 여전히 종파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전체 영토의 70% 지역에서 발호하고 있다. 나토 전 회원국이 18년 넘는 전쟁을 해도 특정 국가의 반정부 세력 하나 근절시키지 못하는 모습에 전쟁 회의론은 점증했다. 출구가 필요했다. 전쟁 초기 명분이었던 오사마 빈라덴 문제와 알카에다 타격도 일단락된 셈이니 전쟁을 끝낼 이유도 충족된 것으로 보는 듯하다.

두 번째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다. 공약이기도 했다. 전쟁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했다. 시리아 미군 철수를 선언했을 때 동맹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철군 찬성률은 60%를 넘었다. 이번 합의 이후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미군 병사들이 귀가하게 되면 선거 일정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이 반영되었다. 국제사회 공공의 적이라 할 수 있는 반정부 단체 탈레반과 직접 협상하는 부담이 적지 않았을 법하다. 그럼에도 당사자와 직접 승부를 걸고 일을 진척시키는 스타일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적과 합의하고 우방이라 할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끌어들이는 형식을 취했다. 이례적이다.


4. 도전 요인들

첫째로 관건은 탈레반을 믿을 수 있는가이다. 합의문에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막상 미군 및 나토 동맹군이 철수하게 되면 탈레반의 무장력을 견제할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 내 공권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군 역시 다양한 부족의 구성원으로 되어 있어 단일 지휘·통제 체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시 말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국내 정치에 정상적인 주체로 참여하기보다 폭력적 행태를 나타낼 때 이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 아슈라프 가니 행정부는 여러 부족들 간 이견을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모양새다.

둘째는 탈레반의 정치 참여가 곧 아프가니스탄 내 여성 인권, 종교의 자유, 법치주의, 문화 증진 등의 가치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집권 여부와 상관 없이 보수적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은 전체적인 보수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집권 당시 여성을 교육에서 배제하고, 참혹한 종교탄압 및 문화재 파괴 등으로 악명 높았던 탈레반이 여타 정파와 마찰 없이 자신들의 신념을 양보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셋째, 탈레반과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과의 직간접적 연대 가능성이다. 시리아와 이라크를 거점으로 삼았던 소위 이슬람국가(ISIS: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는 쇠퇴 국면을 맞자 일부 세력들을 인근 국가로 이전시켰다. 리비아와 아프가니스탄 및 예멘이 대표적이다. 주로 내정이 불안정한 국가들이다. 과거 알카에다의 심장부였던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은 물론 부족 간 갈등과 긴장이 오래된 곳이므로 외부세력이 잠입하기 용이하다. ISIS는 현재 호라산(Khorasan)지부, 즉 ‘ISIS-호라산’의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2년 전부터 폭력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직까지 탈레반과 구체적 연대 정황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수니파 이슬람 전통주의(근본주의)‘살라피즘’에 공히 뿌리를 둔 이들이 향후 아프가니스탄 국내 정치에서 여하한 형태의 정치적 연대를 맺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더불어 탈레반의 배후인 파슈툰 족의 생활영역이 파키스탄까지 광범위하게 펴져 있기에 향후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정치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아무리 미국과의 합의틀 안에서 움직이려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파키스탄의 강성 원리주의 탈레반과의 연계가 살아있는 한 언제든 극단주의로 경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외세 개입 통로가 될 수도 있다.


5. 무엇을 할 것인가?

다국적의 외국 군대가 특정 주권 국가의 영토에 영구히 주둔할 수는 없다. 아프가니스탄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확실한 안정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의 신속한 철군은 자칫 격심한 불안정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고립주의 기조를 표방하는 미국의 철군이 나름대로 이어져 온 적대적 균형추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향후 철군 계획 과정에서 연말까지 못 박힌 시한이 재조정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내부 정치 거버넌스의 확립이다.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규범과 조응하는 정치 세력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일차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정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그동안 탈레반 격퇴전과 관련된 안정화 작전에 투입되던 자산과 노력은 이제 탈레반을 정상적 행위자로 받아들여 국가 건설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어쩌면 격퇴전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늘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인권 문제다. 최악의 사례로 각인된 탈레반 집권기로 결코 돌아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감시및 캠페인 장치를 상시적으로 운영하여 퇴행의 길을 밟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빈라덴 #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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