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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NS FOCUS 코로나19 팬데믹의 국제정치경제적 의미 강선주 경제통상연구부 교수 발행일 2020-03-25 조회수 7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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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19 팬데믹의 국제정치경제적 특징
2.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국제관계 전망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는 혼동과 침체에 빠져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가 제시하는 자료에 따르면 3월 24일 오후 2시 2분 현재 전 세계에서 381,598명 감염, 16,559명 사망을 기록하고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의학이 덜 발달해 있던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 배치되었던 병사들의 이동을 따라 1918년 3월부터 1920년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유행하면서 당시 세계 인구의 1~2%를 사망에 이르게 한 ‘스페인 독감(Spanish Flu)’ 이후 최악의 팬데믹(pandemic·전 세계적 유행성 전염병)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 코로나19 팬데믹의 국제정치경제적 특징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은 무엇보다도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21세기에 발생했다는 사실과 확산 규모 면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전 세계에서 20여 개 국가들을 제외하곤(미발생 또는 보고 누락인지 불분명) 거의 모든 국가에서 코로나19가 확인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이것은 21세기 세계의 밀접한 상호연결성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가 팬데믹에 대해 준비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주어서 충격적이다. 전염병이 세계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있어 왔고, 실제로 현실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쉽게 기억해 낼 수 있는 전염병만으로도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2009년 A형 인플루엔자(H1N1), 2013년 조류인플루엔자(H7N9), 2013~2014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이 있다. 세계의 상호연결 정도나 기후변화와 같이 전염병이 등장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되어 있다면, 이러한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추었어야 했으나 세계는 그러하지 못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전염병은 비전통 또는 신흥안보라는 명칭으로 국가 안보 조치의 대상으로 분류된다. 전통 안보가 국가 행위자에 의한 군사적 영토 침략에 대한 보호라면, 비전통·신흥 안보는 국가 또는 비국가 행위자, 심지어는 지정이 불가능한 위협 제기자가 폭력적 또는 비폭력적 방식으로 발생시키는 국가 기능의 정체와 혼란으로부터의 보호를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비전통·신흥 안보의 정의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이번 팬데믹은, 위협 제기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부지불식간에 전파되면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보건의료 문제가 경제·사회 분야로까지 연쇄적으로 2차, 3차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국가 기능의 마비와 취약성을 노정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직면하면서 국가들은 전염병으로부터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의 발생과 확산 과정, 그리고 각 국가들의 대응을 보면 보건의료현상 차원을 넘어서는 국제정치경제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의 긴급 상황이 해결되고 난 뒤에 나타날 국제관계의 모습은 팬데믹 발생 이전의 모습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수반하고 있다.

첫째로, 코로나19 팬데믹은 전통적으로 보건의료 문제에서 리더십을 보여 온 미국과 같은 주도 국가의 부재로 특징지어진다. 미국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고, 글로벌 팬데믹 대응에서도 다른 국가들에 모범과 지원을 제공하지 못했다. 사실 미국은 팬데믹 위협을 염두에 두고 2000년대 초반부터 생물방어(biodefense) 체제를 갖추어 왔으며, 2014년에는 세계 67개 국가들과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lobal Health Security Agenda)’도 시작했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이 축적한 바이오안보(biosecurity)자산은 코로나19 팬데믹 앞에선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다.

둘째로, 코로나19 팬데믹은 미국과 중국 간에 갈등과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에도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더 크게는 패권 경쟁으로 갈등과 불신을 쌓고 있었다. 2020년 1월 미·중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양국간 경쟁과 불신은 완화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진원지로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주저했고, 더욱이 그 발생 책임을 두고 미국과 상호비판을 하고 있다. 또한 강경한 조치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자 중국은 뒤늦게 팬데믹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을 대신하여 세계에 구원자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셋째로,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현상이므로 글로벌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들은 독자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간의 긴밀한 관계를 놓고 볼 때 당연히 상호 지원을 제공할 것 같은 국가들조차 이를 제공하지 않으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시도하고 있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 국가이다. 그런데 유럽연합(EU)에 통합되어 있는 유럽 국가들은 이탈리아에 지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유럽의 다수 국가들이 동일하게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2009~2011년 유로존(Eurozone,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 2015년 난민 위기, 그리고 2016년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유럽통합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넷째로, 코로나19 팬데믹은 보건의료 문제로 그치지 않고 경제 위기를 동반하고 있다. 이는 감염을 차단시키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인구의 이동을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한 위기이다. 과거의 경제 위기가 수요 또는 공급 중 한 쪽의 문제로 발생한 것과 달리, 코로나19 팬데믹에 수반된 경제 위기는 실물경제의 수요와 공급에서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또한 실물경제의 위기는 금융위기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이미 10년 이상 초저금리 정책을 실행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따라서 국가들은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재정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미 정부 부채 비율이 높은 정부들이 얼마만큼의 여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경제 위기는 팬데믹이 지속되는 동안 지속될 것인데, 팬데믹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려움은 가중된다.

다섯째로,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세계가 간과하였지만 잠재되어 있던 세계화의 위험을 노정하였다. 사람들의 이동으로 전염병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고 무심결에 했던 말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또한 세계화는 공급사슬(supply chain)의 전 세계적 분산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염병이 글로벌 공급사슬을 붕괴시킬 수 있고, 세계화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태에서 팬데믹이 발생하는 경우 국가들의 팬데믹 대응 능력이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대응력을 시험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1945년 이후의 국제 질서 유지에 기여해 온 다자 국제기구들이 21세기의 변화된 국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서 이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글로벌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사스, 에볼라와 같은 다른 위협적인 전염병이 존재하였지만 사람 간 전파나 지리적 조건의 국지성 때문에 글로벌 보건에 대한 위협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에 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와 지리적 조건에서 훨씬 위협적이다. 이러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해 공동의 글로벌 대응이 필요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공동 대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 국가들의 일방주의가 증가하고 글로벌 협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WHO는 이에 상응하는 국경 통제와 같은 대응책을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국제관계에서 세계화·다자주의와 민족주의·일방주의가 대립적으로 혼재하고, 국제적 리더십이 불분명한 시기에 글로벌 거버넌스는 중간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2.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국제관계전망

팬데믹이 인류 역사를 바꾼 기록은 많다. 유럽의 중세시대에 흑사병이 중세의 몰락을 가져온 것은 말할 것도 없고, 100여 년 전의 스페인 독감도 그러했다. 스페인 독감은 병사들의 사망을 증가시키면서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앞당겼다. 그러나 동시에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국제 질서를 변화시킬 기회를 망가뜨리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참전하면서 유럽의 국제 질서를 변화시키는 비전을 가졌던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미국 대통령은 1919년 파리평화 협상에 참석하던 중 스페인 독감에 감염되었고 합병증으로 몇 개월 후에 사망했다. 윌슨 대통령이 일찍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주창한 국제연맹(The League of Nations)에 미국이 가입하면서 그 이후의 세계 역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명과 경제적 피해의 관점에서 우리 시대의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팬데믹이 과거에 국제관계의 재정렬(reordering)을 가져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코로나19 팬데믹도 그러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발생과 대응 과정에서의 특징, 어느 정도가 될지 아직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국가별 피해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국제관계는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띨 수 있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국가들의 지위와 관계는 유동적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 팬데믹이 종식된 후 경제가 회복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들은 팬데믹 이후의 국제관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팬데믹에서 국가들이 서로 주고받은 도움을 연결고리로 삼아 재정렬할 여지도 있다.

이번 팬데믹은 국제적 리더십에 불확실성을 높였다. 미국과 중국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진원지로서 정보공개를 지체했고, 반면에 미국은 기대했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미국과 중국이 리더십을 회복할 것인지, 어느 국가가 더 성공적일지 두고 볼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 회복 노력이 상호 협력적이기보다는 경쟁적 방식을 띠게 될 경우 제3자의 위치에 있는 국가들에게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세계화·다자주의와 민족주의·일방주의가 대립적으로 혼재하는 국제관계 상황에서 글로벌 거버넌스의 회복과 방향성도 미국과 중국 관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국제관계에서는 탈세계화가 발생할 수 있다. 탈세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6년 브렉시트 결정,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서 조금씩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경험한 바에 의하면 세계화는 장점과 단점 모두를 갖고 있다. 인간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던 자유무역과 세계화는 다수의 국가와 국민들에게 번영을 가져왔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탈세계화가 현재 드러나고 있는 세계화의 한계성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 어떻게 세계화를 조정하는가는 개별 국가들의 경제와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므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국제관계에 관건이 될 것이다.

그 자체로서 충격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이 국제관계에 남길 후유증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혼란을 경험한 이상, 그리고 그것이 예고하는 장기적인 정치·경제적 위험을 감지한 이상, 국가적 목표와 전략을 검토하고 그에 맞게 외교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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