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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NS FOCUS 2019년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의 특징과 한국 외교에 대한 함의 전봉근 안보통일연구부장, 교수 발행일 2019-01-04 조회수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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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상국가의 정상 지도자가 되고픈 김정은 위원장
2. 경제발전에 대한 강한 욕구
3. 남북 및 북·미 정상 선언의 실행,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의지 표출




1. 정상국가의 정상 지도자가 되고픈 김정은 위원장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 낭독 방식과 배경 세팅이 이목을 끌었다. 과거 강단에 서서 낭독하는 연설 방식이 아니라, 서재의 소파에 앉아 대화하듯이 신년사를 읽었다. 과거에는 신년사를 낭독하던 장면만 보여주었지만, 이번에는 보좌진과 웃으며 자연스럽게 입장하는 사전 장면도 있었다. 또한, 과거에는 낭독 중간에 인위적인 박수갈채가 삽입되어 어색했는데, 이번에는 빠졌다. 그리고 낭독 중간에 다양한 현장의 자료화면을 보여 주여 실감을 더했다. 이런 새로운 신년사 발표 방식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상식적이며, 국민 친화적인 ‘정상국가의 정상 지도자’가 되고픈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북한 주민에게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과 국제사회 전체를 향한 이미지 변신의 시도로 보인다.

둘째, 2019년 신년사에서는 용어가 순화된 특징도 있다. 과거에 신년사를 채웠던 주체, 자주, 김일성, 김정일, 병진노선, 선군정치, 전쟁, 투쟁, 혁명, 핵무장 등과 같은 이념적·과거지향적·투쟁적 용어가 크게 줄고, 인민생활·경제발전·평화·비핵화·번영 등과 같은 정상국가의 정책 용어가 늘었다.

셋째, 이번 신년사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언급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과거 북한은 자신의 특수성에 함몰된 나머지,국제사회 전체를 적으로 돌리거나 국제사회의 보편성을 전면 부인했었다. 그런데 이번 신년사에서 ‘국제사회의 수용성’을 외교 성과물의 잣대로 제기한 것은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기를 희구하는 징후로 볼 수 있다.

한편, 북한은 김씨 일가의 유일지배체제 사회주의국가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개혁·개방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본질을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자력갱생, 사회주의 자립경제, 사회주의 경제법칙 등 북한의 특수성을 반영한 용어는 여전히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북한 체제의 내재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사회가 국제사회와 교류 협력을 확대할수록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때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은 북한이 국제사회와 접촉을 계속하고 변화를 확대하는 동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변화의 유인책과 불변 시 불이익을 병행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제공할 때 변화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신년 국정운영 방향과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신년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김정일 시대와 달리 신년사가 국정운영에서 갖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신년사를 매년 직접 낭독했지만, 인민대중과 대면을 꺼렸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년 공동사설이란 출간물로 신년사를 대신했다. 김정일의 신년사는 육성이 아니어서 권위가 떨어진 데다, 무엇보다 탈냉전기의 매우 열악한 안팎 환경으로 인해 신년사의 내용이 현실과 크게 동떨어졌고, 국정운영 방침이 아니라 선전·선동에 불과했다. 따라서 북한을 읽는 자료로써 가치가 낮았다.


2. 경제발전에 대한 강한 욕구

2019년 북한 신년사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발전에 대한 집중이다. 과거 신년사는 국정 전반을 골고루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경제 분야 분량이 월등히 많다. 특히 국방 부분의 분량과 강조점이 현저히 줄었는데 비해, 경제 부분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강조하는 것은 2018년 4월 노동당 전체회의에서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당의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한 이후 일관된 입장이다. 한편, 이에 대해 북한이 이미 핵무장을 했기 때문에 국방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비판적인 지적도 있다.

올해 신년사는 ‘자력갱생의 사회주의 자립경제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 경제 목표와 구호를 볼 때 과거와 달라진 점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올 신년사의 곳곳에 기존의 경제발전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첫째, 경제 운용방식에 대해 이번 신년사에서는 국가의 주도적 역할과 사회주의 경제법칙을 강조하면서도, “근로자들의 자각적 열의와 창조력을 최대한 발동할 수 있도록 관리 방법을 혁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여기서 북한이 종래와 같이 노동시간 증가와 충성심을 통한 생산량 증대가 아니라,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통한 생산성 증대를 추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거에도 유사한 혁신 노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그 결과를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근래 시장이 크게 확장되어 개인의 자율성이 이미 일부 작동하고 있는 데다, 개방성과 경제발전에 대한 강한 욕구가 더해져 경제개혁의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본다.

둘째, 군수산업의 일부를 민수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올해 신년사는 지난해 군수공업 부분 업적을 평가하면서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과 인민소비품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추동”했다고 호평하고, 올해도 “경제건설을 적극 지원”할 것을 독려했다. 사실 과거에도 북한군이 각종 건설공사에 동원되었다. 그런데 이번 신년사에서 군수산업이 민수용 기계류와 생활용품까지 생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전기와 원자재 부족으로 인해 군수산업이 재래식 무기와 장비를 생산할 여력도 없을 텐데, 이렇게 민수용품의 생산을 독려하는 것은 그만큼 민생경제 발전에 집중한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북한이 과거 선군정치 시절에 집중 투자했던 군수산업의 첨단 산업 능력을 민수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실제 북한의 핵·미사일 생산시설은 고도화되어 있지만 비핵화 시대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이런 군수산업의 민수용 전환이 매우 바람직하므로, 이를 더욱 촉진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북한 대량살상무기 생산시설의 민수화를 유도하고 촉진하기 위해서는 과거 미국이 구소련의 비핵화를 위해 만들었던 ‘협력적 위협 감축(Coopera- tive Threat Reduction)’ 프로그램을 북한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강력한 경제발전 동기를 감안할 때 이런 물질적 동기부여는 매우 효과적인 비핵화 유도 방안이 될 것이다.

셋째, 이번 신년사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에 대한 강한 욕구를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남북경협 사업의 재개는 북한 비핵화가 충분히 진전되기 전에는 어렵다는 게 오늘 대북제재의 현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경협 요구는 우리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 레버리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최근 북한이 철도 인프라 개선을 위해 남북철도 공동조사에 응한 것도 북한 개방에 좋은 징조이다. 과거 북한은 어떻게든 자신의 실상을 감추려고 했지만, 지금은 외부 지원을 얻기 위해 치부도 드러내는 실정이다. 과거 북한은 국제금융기관의 도움을 청했지만, 국제금융기관이 요구하는 통계 기준을 맞추지 못해 번번이 무산되었다. 그런데 오늘 북한이 보여주는 경제발전 욕구와 철도 공동조사의 개방성을 감안한다면, 국제금융기관과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북핵 문제도 해결되어야 하는데, 향후 북·미 회담에서 국제금융기관의 지원 문제도 일괄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3. 남북 및 북·미 정상 선언의 실행,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의지 표출

2019년 신년사는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 대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분량을 할애했고, 특히 남북관계 발전, 북·미 관계 발전,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등에 대한 의지와 기대를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아래와 같은 특징과 함의에 주목한다.

첫째, 김정은 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비핵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통일부는 동 신년사 평가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신년사에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는 발언이다. 이는 핵무기의 생산·시험·사용·전파를 금지하는 소위 ‘북한판 핵동결 4원칙’이다. 여기서도 특히 ‘생산 중단’에 주목하고자 한다.

북한은 2018년에 이미 수차례 핵무기의 시험·사용·이전 중단을 선언했고, 또한 외견상 이를 실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핵무기 생산 중단’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신년사는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 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핵무기 생산의 중단 선언이 없었으므로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생산한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도 북한의 핵무기 생산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2019년 신년사가 기존 3개 원칙(시험·사용·확산 금지)에 ‘생산 중단’을 추가한 것은 이런 지적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실제 핵무기와 무기용 핵물질의 생산까지 중단했다면, 이로써 ‘완전한 핵동결’이 달성된다. 이는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에서 매우 의미 있는 중간 이정표가 된다.

지금까지 북한이 이행하거나 약속한 비핵화 조치를 본다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폐쇄, ▲핵무기·핵기술의 해외이전 금지(이상 2018.4.20. 북한의 일방적 결정),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이상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통보),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감시단 참관하에 영구폐기,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이상 9.19 평양공동선언), ▲핵무기 생산 중단(2019년 신년사) 등이 있다. 필자는 이 정도 비핵화 조치가 실행되고 검증된다면, 핵동결과 핵폐기의 ‘2단계 비핵화 로드맵’에서 1단계인 핵동결을 완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 단계적 비핵화 접근을 주장하는 다수 핵비확산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셋째,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언하여, 북·미 관계 발전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3개 항목을 반복하면서 이는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선언하고, 확고한 이행 의지를 밝혀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촉진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갖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 성명에서 합의했듯이, 북·미 관계 개선,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등 3개 목표가 순서대로 균형 있게 발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미 정부는 비핵화가 최우선이고,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은 뒤따른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접근법에는 차이가 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핵 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않은 것도 이런 접근법의 차이 때문이었다.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징후가 있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1월 2일 트위터로 김정일 위원장과 회동을 기대한다고 호응했다. 또한, 미국 내에서 ‘선 신고와 검증’ 요구가 완화되고 있다. 과거 북한이 수차례 신고와 검증을 거부하며 핵 합의에서 탈퇴했다는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보다 현실적인 단계적 검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이 이미 각종 ‘주동적 비핵화’ 조치를 취했고, 추가 비핵화 조치를 약속한 데 이어, 이번 신년사에서 핵무기 생산 중단까지 선언했다. 핵무기 생산 중단,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등은 매우 중요한 비핵화 이정표이므로, 미국도 ‘상응 조치’와 교환을 통해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조치를 확보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본다. 이런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교환하는 ‘미니 일괄타결’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넷째, 2019년 신년사는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 강한 의지와 기대를 내비쳤다.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했던 “북남 사이 군사적 적대관계를 근원적으로 청산하고 조선반도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로 만들려는 것”에 대해 “우리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강조하여, 향후 정상선언의 이행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한편, 신년사는 ▲외세와 합동군사훈련 중단, ▲전략 자산 등 전쟁 장비 반입 중단,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재개, ▲전 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통일 방안 적극 모색 등을 제기했다. 이 과제들은 국내외 공감대가 낮고 실현성도 낮아, 북한이 이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경우,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요구사항을 일괄 타결하거나, 대안적 해결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북한 #비핵화 #미국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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