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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NS FOCUS 일본이 한국 수출규제 보복을 철회해야 하는 이유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소장 직무대리 발행일 2019-07-24 조회수 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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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보복 배경
2.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과 탈법성
3. 한·일 대화 복원 및 관계 개선 필요성



1.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보복 배경

지난해 강제징용자 배상 문제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일본 아베 정부가 강한 불만을 보이더니, 7월 초 돌연 한국에 대해 일부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핵심 소재 3종에 대해 종래 ‘포괄적 수출허가’ 대신에 ‘개별 수출허가’ 방식을 적용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 산업이 필요로 하는 특정 핵심소재에 대한 일본 기업의 독점적 공급 지위를 남용하여 한국의 강제징용자 배상문제, 대북 정책, 한국 정치 등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평가했다. 실제 반도체는 2018년 한국의 총수출 중 21%를 차지하여,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을 구성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항의했다. 일본 정부에 해당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국제사회와 미국에도 동 조치의 부당함을 알리며 개입을 요청했다.

필자는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비록 한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고통을 주겠지만, 명분도 실리도 없는 자충수(自充手)이며 전략적 실책으로 본다. 일본의 조치는 ▲우선 한·일 관계를 크게 훼손하고, ▲결국 일본 자신을 해치는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또한 ▲이번 수출규제 조치는 부당하고 탈법적인 경제 보복으로서 자유무역 및 수출통제 국제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나아가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해칠 것이다. 필자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2.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과 탈법성

첫째,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 조치는 한·일 양국이 지키려던 불문율인 ‘정경분리 원칙’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엄중하다. 한·일 양국은 그동안 과거사와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아무리 날선 성명을 주고받더라도 정치·외교적 논쟁의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양국 갈등을 관리해 왔다. 한·일 갈등을 실제 상대방을 해치는 경제와 군사 부분으로 확전하지 않는 불문율이 있었다. 이는 마치 야구 경기에서 불미스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양 팀 선수가 모두 경기장에 뛰어들어 엉키지만 실제 주먹으로 상대 얼굴을 가격하지 않는다는 신의의 불문율과 같다. 만약 주먹을 휘둘러 상대를 해친다면 그는 불문율을 어긴 선수로 낙인찍혀 경기장에서 퇴출당한다. 이번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직접 공격했는데, 이는 양국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신의와 불문율을 깨는 반칙 행위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둘째, 일본이 이번 수출규제 조치의 근거로 ‘안보적 이유’를 들고 있는데, 이는 자유무역 국제규범에서 자유무역의 예외적 근거가 되는 ‘안보 규정’을 남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안보적 이유’를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근거도 들지 않고, 해당 화학물질이 북한으로 이전되어 화학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다거나, 한국의 국가적 신뢰성이 낮다거나, 한국의 수출통제 체제가 미비하다는 등 실상을 호도하는 설명을 흘리고 있다.

과연 한국은 일본이 주장하듯이 수출통제가 미비한 나라인가? 오히려 정반대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비확산과 수출통제 체제를 구비했을 뿐 아니라, 모범적인 이행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3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국제협약(핵확산금지조약, 화학무기금지조약, 생물무기금지조약), ▲4대 수출통제 국제레짐(바세나르체제, 미사일기술통제그룹, 핵공급자 그룹, 호주그룹) 등 모든 군축·비확산 규범의 회원국이다. 한국은 2004년 유엔 안보리 결의 1540호에 따라 본격적으로 비확산과 수출통제 규정을 정비한 이래, ‘1540위원회’를 포함하여 대부분 수출통제 관련 회의체의 의장을 역임했다. 일본이 이런 한국을 상대로 수출통제 의혹을 제기한다면, 이는 한국에 대한 부정을 넘어 수출통제 국제레짐 전체를 부정하는 셈이다.

일본은 특정국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지위의 제공 여부가 주권 사항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모든 비확산과 수출통제 협정에 참여했고, 또한 국제사회로부터 가장 모범적인 이행 준수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에 대해 일본이 수출통제 의혹을 제기하며, 수출 우대국 지위에서 제외한다면 비확산 국제질서는 어떻게 되겠는가? 양국 관계에 대한 감정과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수출 우대국 지위를 임의로 주거나 제외한다면, 이는 비확산 국제규범에 대한 신뢰를 떨어드리고 비확산 국제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 및 다른 선진국들과 더불어 수출통제 국제규범의 챔피언으로 인정받았는데, 이번 수출규제조치로 인해 그런 명성이 훼손될 것이다.

셋째,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오늘날 보편적 국제질서의 하나로 정착한 자유무역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자유무역질서를 관리하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 조치의 부당성과 탈법성을 알리고, 추가 조치를 준비 중이다. 탈냉전기 들어 자유무역의 전 지구적 확장은 지금의 세계 평화와 공영의 기반이 되었다. 자유무역 원칙에 따라 국가들은 부당한 무역장벽을 제거하고 각기 비교우위의 경쟁력에 따라 ‘글로벌 가치 사슬’을 구축하고 상호교역함으로써 보호무역에 비해 보다 큰 공통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일본의 자의적인 수출규제는 한국과 일본 기업의 분업구조와 교역을 인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자유무역 원칙과 성과를 해치고 있다. 이로써 한국 기업은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축소 또는 중단되고, 관련 일본 기업은 핵심소재의 수출과 매출이 감소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한국 기업은 핵심소재의 자체 생산 또는 수입처 다변화를 모색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추가 비용이 들고, 생산이 지연되며, 가격도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비교우위에 따라 최적화되었던 ‘글로벌 가치 사슬’이 인위적으로 변경된다. 이때 한국의 합리적 가격과 고품질 반도체에 의존하며 성장하던 전 세계의 전자산업과 정보산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넷째,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한국 경제의 ‘탈 일본화’와 일본 경제의 ‘탈 한국화’가 진행되면서 한·일 경제가 분리되는 ‘경제적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한·일 경제의 디커플링은 양국 산업 간 상호보완의 혜택을 포기함으로써 양국의 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 물론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더 큰 피해를 입겠지만, 일본도 미국도 디커플링의 피해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세계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한·중·일 삼국 간 분업구조도 와해되어, 한·중·일 경제가 피해를 입는 동시에 삼국 분업의 혜택을 누렸던 세계경제도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일 경제의 디커플링이 초래할 정치적 후과(後果)도 우려된다. 사실 그동안 한·일 간 산업의 분업구조와 이로 인한 상호의존은 양국 갈등을 완화시키는 정치적 완충 기능을 발휘했었다. 만약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한·일 양국이 각각 경제 분업을 포기하게 되면, 양국 간 공통분모는 현저히 줄게되고, 따라서 양국 갈등을 완화시키는 경제의 완충 기능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3. 한·일 대화 복원 및 관계 개선 필요성

위에서 이번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초래할 부정적인 결과를 제시했다. 만약 일본이 한국과 완전 결별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동 수출규제 조치를 즉각 취소하고 원상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치를 취한 배경이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 한국의 수출 통제 체제, 남북관계 등에 있다면, 한국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 외교 대화 및 정치대화가 열려있다고 이미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특히 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의 ‘탈 일본화’와 일본의 ‘탈 한국화’가 초래할 파장을 경계한다. 지근거리에 있는 한·일 양국은 산업적 보완관계와 공동시장을 경쟁력 강화와 경제 성장에 활용하여 왔다. 이렇게 축적된 경제적 협력관계는 정치갈등에 대한 완충 기능도 수행했다. 그런데 탈 일본화와 탈 한국화는 경제 디커플링을 초래하여 서로 경제를 해치고, 경제의 정치적 완충 기능도 무력화시킬 것이다. 이때 한·일 분쟁이 심지어 군사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일 양국은 2000년을 이웃으로 살았다. 세계 어떤 곳의 이웃 국가보다 오랜 기간을 이웃나라로 산 셈이다. 그만큼 애증도 많이 누적되었다. 그런데 21세기 동북아와 세계 안보 정세는 과거 어느 때보다 한·일 협력을 더 요구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이 지지하는 각종 규범 기반 국제질서가 강대국 국제정치의 발흥으로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한·일 양국은 한반도의 비핵·평화 체제 구축과 동아시아의 평화번영 체제구축에 이익을 공유한다. 이를 위해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과 전략적 파트너십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규제 조치를 즉각 시정하고, 대화에 복귀하여 상호 국익의 공통분모를 확대하는 합리적 대안을 찾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수출규제 #일본 #강제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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