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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시리즈 한·러 관계의 평가 및 전망:한·러 수교 30주년에 즈음하여 김덕주 유럽러시아연구부장 발행일 2019-12-31 조회수 6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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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Ⅱ. 한·러 관계의 진전
Ⅲ. 평가
Ⅳ. 한·러 협력 방안 및 전망



<요약>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의 등장과 함께 국제정세는 신데탕트의 시대로 돌입하였고 우리 정부는 ‘모스크바와 북경을 우회하여 평양으로 가는’ 북방외교를 추진하였다. 이러한 상황 변화 속에서 88 서울올림픽은 한·소 간 교류와 접촉이 대폭 증대하는 계기가 되었고, 199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역사적인 한·소 양국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같은 해 9월 양국이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한·소 양국은 명실공히 인접국으로서 선린·협력관계로 진입하였다. 이듬해 말 러시아가 구(舊)소련을 계승하게 됨에 따라 한·소 관계는 자연스럽게 한·러 관계로 전환되었고, 1992년 옐친(Boris Yeltsin) 대통령 방한 시에는 ‘한·러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가 ‘건설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동반자 관계’로 접어들었음을 선언하였다. 1998년 양국 외교관 상호 출국 문제 등으로 한·러 관계는 잠시나마 경색되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고 양국 간 동반자 관계 발전 및 호혜적 협력 증진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었다.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러시아는 남북한 간 균형된 대(對)한반도 외교를 전개하였으나 남북한 간 접촉과 건설적 협력 증진을 계속 지지하였고, 한국 측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인 역할과 기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러한 배경하에 2002년에는 한·러 수교 10주년을 기념하고 한·러 상호이해 및 협력을 증진하기 위하여 ‘한·러 친선특급’ 사업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차원에서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진행되었다.

2004년 러시아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러 수호통상조약 체결 120주년 및 한인의 러시아 이주 140주년을 맞이하는 양국 관계의 오래된 역사적 전통을 재확인하고 양국 관계가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접어들었음을 선언하였다.

2008년 한국과 러시아에서 모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동년 9월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였고, 금후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하였다. 2010년에는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 간 연내 상호 방문이 이루어졌고, 양측은 세계적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일시 위축되었던 양국 간 교역과 투자가 상호 확대되도록 노력하기로 하였다. 2013년 한·러 양국은 양국 신정부 수립 후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양국 관계의 발전 잠재력을 실현해나갔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외교 정책의 근간으로 자리매김하였는바, 러시아는 이러한 정책의 필수 불가결한 협력국으로 인식되었다.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여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이 극동 개발에 있어 최적의 파트너라는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며 ‘9개 다리’ 전략 등 극동 개발과 유라시아 공동 번영을 위한 우리 신북방정책 비전을 제시하였다. 한·러 정상은 한국의 신북방정책과 러시아의 대유라시아 파트너십(Greater Eurasia Partnership)이 유라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공동으로 지향하고 있어 어려운 국제환경에도 불구하고 실질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러시아의 극동·시베리아 개발협력 등을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호혜적인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이듬해인 2018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19년만에 러시아를 국빈으로 방문하였고,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러시아 하원 연설을 통해 한반도와 유라시아의 항구적 평화 및 공동번영의 비전을 제시했다. 아울러 성공적인 수교 30주년 행사 개최를 위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한편 2020년을 ‘한·러 상호교류의 해’로 선포하기로 하였다.

이와 같이 한·러 양국은 85여 년간의 외교 관계 단절을 극복하고 지난 30년간 ‘협력과 갈등’, ‘접근과 정체’의 이중주를 경험하면서 냉전적 대립 관계를 청산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였다. 한·러 관계가 현실적으로 동맹으로까지는 발전할 수 없음을 고려할 때,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의 발전은 최고의 관계 구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의 성격 규정은 아직까지 ‘수사(rhetoric)’에 불과하며, 양국 관계가 그 잠재력과 상호 보완성에 비추어 그 발전의 속도와 질적 수준의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즉 한· 러간 상호 협력이 제공해주는 공유이익이 점차 다양해지고 확대되어감에 따라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전략적 협력 방안에 관한 무수한 논의와 제안들이 있었지만, 현실에서 한국은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서 잘 활용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한·러 관계 정상화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두 나라 사이의 교역과 투자 등 경제적 교류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양국 간 교역 품목도 점점 다양해졌으나, 한국이 러시아에 제조업 부문의 완성재를 수출하고 러시아가 한국에 천연자원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기본골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한·러 간 관계를 정립함에 있어서 우리의 기본적 입장은 인접국이자 한반도의 평화·안정 및 궁극적인 통일에 주요한 역할을 할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구도를 하루빨리 정착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간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는데 유리한 국제적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러 간 정치분야 관계진전을 바탕으로 우리의 외교지평을 확대하고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러시아와 호혜적인 실질협력 관계를 증진시키므로써, 우리 국민들의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우리의 경제적 번영 및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의 대(對)한 전략적 입장과 목표는 우리의 그것보다 다차원적이고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것이 사실이며,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과 대외정책 목표를 단순화하기는 쉽지않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한반도 안보환경 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미·중·일과 공통된 입장을 가지고 있으나, 러시아는 역내 안보 현안의 당사자로서 소외·배제되지 않고 참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는 측면에서 러시아 고유의 특성을 시현하고 있다.

한편 양국의 실질협력을 지속화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필요가 서로 부합하는 협력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대(對)러시아 수출구조가 중간재 위주로 전환되고 있고 극동러시아 투자 동기 중에서 제조업분야가 가장 높게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동 지역 내 한·러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협력 거버넌스 경험이 취약한 동 지역에서는 소(小)다자주의적 접근을 추진함으로써 한·러 양국 관계에서 야기될 수 있는 정치적 민감성과 경제적 비대칭성을 자연스럽게 완화할 수 있으며 양자간 교류에서 오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가장 처음 제시되었던 소다자주의 협력의 모델이 소위 ‘남·북·러 3각 협력’이라 할 수 있다.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러시아 측의 협력 유도, 통일 한국의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한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자원 확보, 유라시아 시장진출을 위한 거점 확보, 북극해 시대 대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추진이 필요하다. 향후 국제연합(UN: United Nations)의 대북제재 완화와 남북 협력관계 추이,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남·북·러 협력 유망분야 발굴과 사전 조사 및 관련 시스템을 미리 준비하여야 한다.

또한 최근 한·일·러 3국의 대외정책과 각국 지도자의 능동적인 입장을 고려할 때, 국가적 차원에서 소다자주의에 기반을 둔 3국 협력의 토대 구축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할 것이다. 한국의 신북방정책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그리고 일본의 대(對)러 경제협력 정책의 접점이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수렴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과 러시아는 상호 간 최우선 정책 순위 대상국은 아닐지라도, 나름의 상호 이익을 가져다주는 긍정적 접근 대상이라는 인식하에 지속적인 관계 발전 도모가 필요하다. 아울러 양국 간 협력관계를 일관성 있게 지속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중요한 원동력은 양국 국민들의 폭넓은 공감대와 지지라는 점을 고려하여 양국의 더욱 적극적인 공공외교 전개가 추진되어야 한다. 

* 더보기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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