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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NS FOCUS 북핵 동향 평가와 성과 지향의 북핵정책 모색 전봉근 안보통일연구부 교수 발행일 2022-05-10 조회수 3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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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 핵문제의 엄중성
2. 북핵문제의 ‘불편한 진실’ 인식과 전략적 사고의 필요성
3. 실행가능한 북핵정책 제안



1. 북한 핵문제의 엄중성

북한 핵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현재 약 50개의 핵무기 또는 이에 상당하는 무기용 핵분열물질을 보유했고, 매년 핵무기 5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21년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북한 안전조치 적용' 보고서도 지금도 북한이 무기용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한 연구보고서는 북한이 이미 약 100기 핵무기를 보유했고, 2027년까지 최대 242기를 보유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핵무기 약 6,000기를 보유한 핵 초강대국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핵무장국은 100~300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의 핵역량이 얼마나 위험한 단계인지 잘 보여준다. 북한 핵역량의 위험성은 최근 각종 중장거리 및 첨단 미사일 역량을 갖추면서 더욱 커졌다.   

사실 지난 30년간 한미의 북한 비핵화 외교는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최우선 대북정책 과제로 추진했었지만, 북핵위기의 반복도 북한의 핵역량 증강도 막지 못했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2021년 1월 자신의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핵문제가 계속하여 더욱 악화”되었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북한 핵역량 증가는 우리에 대한 군사적 위협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비핵화 협상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북한은 자신의 핵역량이 늘어날수록 향후 핵협상에서 더 많은 외교·군사·경제적 보상을 요구하고, 심지어 한미가 수용할 수 없는 한미 연합훈련 완전 중단,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유엔사령부 해체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파키스탄과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행세하여 아예 비핵화 협상을 거부할 가능성도 크다. 사실 북한은 2019년 2월 소위 ‘하노이 노딜’ 사건 이후 북핵 협상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년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의 대형도발을 삼갔지만, 2022년 3월 ICBM 시험발사를 필두로 ‘전략적 도발’을 재개했다. 북한은 플루토늄 핵탄두, 고농축우라늄 핵탄두, 증폭 핵분열탄, 수소폭탄, 전술핵탄두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와 폭발력의 핵탄두를 개발하고 있어, 실제로 추가 핵실험의 기술적 수요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이후 각종 첨단,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고체연료 개발도 크게 진전되어, 이들의 시험발사 수요도 적지 않다. 향후 북한의 대형도발이 본격화되면 한반도 정세는 2017년과 같은 위기국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때 새로운 북핵 위기는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핵전쟁’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역량 증강을 저지할 뿐 아니라, 북핵 위기와 전쟁 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적 북핵 외교가 시급하다. 


2. 북핵문제의 ‘불편한 진실’ 인식과 전략적 사고의 필요성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6월에 초유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우리는 마침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길이 열렸다고 기뻐했다. 그런데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고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새로운 북핵 위기의 전조가 시작되었다. 오늘 한반도 정세는 지난 30년간 계속 반복되었던 북핵 위기의 데자뷰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북핵 위기가 왜 재발하는가? 그리고 비핵화 외교가 왜 실패했는가? 여기에 쉽고 편한 해답과 어렵고 불편한 해답이 있다.

쉬운 해답은 모든 문제를 북한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사실 북한은 불법으로 핵을 개발했고, 기만적으로 핵 합의를 불이행했다. 이 답변은 사실이고 명백하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별 위안이 되지도, 비핵화 전략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북한의 불법 핵활동을 비난하는 동안에도 북핵 위기는 반복되었고 북한 핵능력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한편, 불편하고 어려운 해답은 우리 북한 비핵화 전략에 오류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고 새로운 효과적인 비핵화 전략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북핵 문제의 불편한 현실과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북핵 협상의 악순환 패턴이 있다. 필자의 계산에 따르면 이미 일곱 번이나 북핵 위기가 발생했고, 그만큼 북핵 합의가 만들어지고 깨졌다. 더욱 불편한 것은 현재의 북핵협상 구조 속에서는 이런 악순환이 또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한 북핵협상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동안 북한 핵능력은 대체로 8년마다 2배씩 증가했고, 지금도 그런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우리는 북한의 저항성과 내구성을 곧잘 잊는다. 우리는 북한의 경제위기와 체제위기를 이용하여 더욱 강력한 제재압박으로 북한의 굴복을 얻어내어 핵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졌다. 그런데 세계 어디에도 제재압박만으로 핵개발을 포기시키거나, 국가안보 노선을 변경시켰다는 사례는 없다. 경제논리가 안보논리를 이긴다는 이론도 사례도 없다. 북한의 자력갱생노선과 수령체제에서 그럴 가능성은 더욱 낮다. 미중 경쟁으로 동북아에서 신냉전 구도가 고착되면, 제재압박의 효과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셋째, 기만적이고 공격적이고 불량한 북한과 대화하고, 합의하는 것이 불편하다.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더 불편하다. 하지만 주고받는 거래 없이 북핵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18~9년 동안에 북한은 일부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취했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참여했지만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이때 북한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넷째, 북핵 위기의 역설이 있다. 통상 정치권과 국민은 대북 보상보다 제재압박을 선호한다. 하지만 막상 북핵위기와 전쟁위기가 발생하면, 대화와 거래를 수용한다. 결국 북핵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 선제적이고 예방적으로 대화를 시도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비핵화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의 핵역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볼 때, 내일을 기다리기보다는 오늘 북한과 거래하면 비핵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사실 북한 핵 개발 초기에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오늘은 가래로도 막기 쉽지 않다. 만약 내일을 기다린다면 가래보다 더한 것으로도 막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비핵화 해법에 대한 논쟁에 곧잘 빠진다. 북핵 대응 옵션으로 북핵시설에 대한 군사 조치, 북한 정권교체와 체제 붕괴, 전략적 인내, 북핵과 동거, 자체 핵무장, 평화체제 구축 등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리비아식, 우크라이나식, 이란식 비핵화 모델도 모방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북한의 저항성, 동북아의 지정학 동향, 미국의 낮은 북핵문제 집중도, 우리의 제한된 대북 압박 역량 등 현실을 외면한 탓이다. 우리는 ‘빅딜’을 선호했지만, 항상 ‘노딜’로 끝났다. 지금이라도 주어진 현실을 감안하고, 실현가능한 비핵화 전략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3. 실행가능한 북핵정책 제안

첫째, 북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고 핵역량 증강을 저지하기 위해 이란핵합의(JCPOA) 모델에 따른 북미 ‘잠정합의’를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2018년 뉴욕 타임스지에 두 차례나 칼럼을 기고하여, 이란핵협상의 2단계 비핵화 접근법을 참고하여 우선 첫 단계로 ‘잠정합의’를 북한과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2022년 5월 현재 미 정부는 이란의 핵합의복귀 협상을 거의 마무리 중이다. 이란핵문제가 일단락되면 미 정부는 다시 북핵문제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잠정합의’ 방식이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한반도 현실을 볼 때, 우리가 바라는 완전한 핵신고와 핵사찰 수용, 일괄 핵폐기의 진전 등과 같은 ‘꿈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 상호불신 관계에서 실행 가능한 유일한 핵합의는 낮은 단계의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잠정합의’이다. 우리가 원하는 초기 비핵화 조치와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상응조치를 담은 ‘비핵화 로드맵’을 미리 준비한다면, 북핵협상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둘째, 북핵협상 재개를 촉진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낼 것을 제안한다. 친서 한 장으로 북핵 협상이 재개되고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움을 다시 준수한다면, 미 정부로는 시도할 가치가 있다. 차기 윤석열 정부도 북핵위기 예방과 북핵협상 촉진을 위해 김정은 앞으로 친서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북한의 일인지배체제 성격과 이란핵합의 사례를 보더라도 핵협상의 진전을 위해 정상 간 소통이 필수적이다. 

셋째, 북핵협상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의 경제위기 해소와 경제발전 욕구를 적극 활용하도록 한다. 오늘 북한은 경제제재·자연재해·코로나19로 인한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김정은이 2021년 연초 8차 당 대회에서 “혹심한 재난”을 직접 인정했듯이, 북한의 국가발전전략은 실패했다. 이런 국가발전전략의 실패와 ‘삼중고’는 북핵협상과 남북대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은 2021년 7월 유엔에 제출한 지속가능발전(SDGs) 목표 이행을 위한 ‘자발적 국가검토 보고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Voluntary National Review On the Implementation of the 2030 Agenda)’에서 내부의 열악한 사회경제 사정을 공개했다. 동 유엔보고서에서 북한은 지난 수십 년 내 처음으로 국가 통계를 공개했다. 북한이 평소 국가기밀로 간주했던 경제사회 통계를 공개한 것은 근래 김정은이 ‘정상국가화’를 모색하거나, 외부와 교류협력을 기대한다는 평가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넷째, 북한 비핵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기본협정과 DMZ 국제평화공원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2022년은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30주년이 된다. 남북기본협정으로 사실상 사문화된 이 문서를 되살리고, 오늘 한반도 현실에 맞추어 업데이트해야 한다. 역대 한국 정부는 모두 DMZ의 평화지대화를 추진하고, 평화·생태·환경 관련 국제기구와 국제평화공원을 설치하려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큰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이 손잡고 나선다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남북기본협정과 DMZ 평화공원이 완성되면, 한반도 평화정착이 촉진되고 북한 비핵화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국민합의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사실 한국같이 외교안보정책을 둘러싼 내부 갈등, 정부 교체마다 외교안보정책 기조가 바뀌는 사례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미국 같은 초강대국이라면 모를까, 한국같이 열악한 지정학적 여건은 그런 사치를 허용치 않는다. 사실 5년마다 바뀌는 대북정책으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우리도 지난 30년간 대북정책과 북핵외교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이제는 좀 더 안정되고, 지속가능하고 실행가능하며 성과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때가 되었다.


* 붙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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